가끔은 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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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허태균
출판 : 쌤앤파커스 201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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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제정신' (?)

 

책 제목만으로는 무엇에 관한 책인지, 쟝르조차도 알 수 없는 책이다. 왠만하면 아 프로그래밍이구나, 심리학이구나, 경제경영 또는 자기계발에 관한 것이구나 할텐데...


어쨋든... 저자의 이름앞에 심리학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사람 심리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책인데 읽어보니 그 내용은 사람의 착각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은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착각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1장 '착각의 진실'을 통해 우리가 하고 있는 착각들, 가령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그야말로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근거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 믿음에 따라 안심하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까발려준다. 분쟁이 생길 때마다 나오는 그 '법대로 해보자'는 말속에 담긴 그 믿음, 법이 정의의 편에서서 모든 시비를 정당하게 가려줄 것이라는 그 믿음조차도 실제 사법부의 판결사례를 들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착각은 나쁜 것일까? 그것을 알고 또 고쳐서 다음에는 피해야 할 것인가?

 

이런 물음에 대해 저자는 우리 모두가 착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한다.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아니라 고쳐야 할 방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당연스럽게 우리가 착각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얘기한다.

 

왜?

 

착각이 기본적인 행복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당연한 욕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확률적으로 상위 5%에게만 주어지는 자리(그것이 대학입학이든, 로또복권이든, 사법고시이든)를 차지하기 위해 나머지 95%가 함께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비합리적이지만 그러한 확률적 희박함을 알면서도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하게 되는 선택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일부러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하지 못한 채 착각속에 하는 우리의 행동이 본질적으로 결국 자기 회피나 자기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한다.

 

1장에서 착각에 대한 우리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2장 '착각의 효용'에서는 착각이 잘못되거나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어야 하는 것임을 그 효용성의 사례를 들어 얘기한다.

 

그리고 3장 '착각의 속도'에서 항상 우리의 자각과 깨달음보다 앞서있는, 그래서 어찌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고, 이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이를두고 저자는 '우리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라고 얘기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보다 합리적이고 보다 객관적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기실 나만의 과장된 믿음이었고 그렇게 믿었던 것이 '내가 원래부터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인정하는 순간 비로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접하게 될 때 보다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4장에서는 이러한 착각을 이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활용이라는 말의 느낌이 제각기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어쨋든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4장에서 저자의 얘기는 마치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항상 솔직해라', '마음을 표현해라', '변화를 대비하라',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등등... 심리학자로서 현실 생활에서 우리가 하게 되는 착각들을 그 사례들을 통해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착각하며 사는 존재라는 학문적 사실가치보다는 이렇게 하면 좀 더 나은 생각을 가진 사람, 좀 더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배려할 줄 아는 사람 그래서 좀 더 행복해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마지막 5장 '착각의 예방'은 역설적으로 결코 예방할 수 없는 착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얘기가 옳고 내 생각이 옳은것 같은데 그때 그 순간에 '혹시 내가 틀린 것 아냐? 착각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라고 한다. 그 순간부터 다른 사람의 의견과 주장이 잘 들리고 그들의 주장과 믿음에 비로서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마음을 열어두고 다른 의견과 주장을 주의 깊게 들어주는 속 깊고 포용력이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것이 이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얘기를 위해 우리 주변의 흔하면서도 많은 사례를 들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례가 심리학적으로 어떠한 것인지도 알려준다. 어쨋든 그러한 심리학적 용어에 대해서는 나는 그닥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다 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된다. '가용성 방략', '근본적 귀인오류', '사후예견 편향', '자기충족적 예언'... 이런 용어들 다 기억하면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무심코 넘어갔던 나의 행동속에서 저자가 얘기한 그러한 착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보유기간 3일


Posted by 라스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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